전 여자친구의 생일날 싸운 적이 있다.
언제나 그렇듯 싸운 이유는 생각이 나질 않는다.
다만 그녀는 무엇이 그렇게 서운한지
화가 밀어내는 말들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나는 진정하고 집에 가자는 말을 대여섯 번은 반복했고
가까스로 그녀를 데리고 집으로 와 문을 열었을 때
그녀는 눈물이 터졌다.
5평 남짓한 자그만 원룸 천장에는 풍선이 붙어 있었다.
1구짜리 작은 가스레인지 위에는
미역 양 조절에 실패한 난생처음 끓인 미역국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
냉장고에서 케이크를 꺼내어 불을 붙여주고
어울리지 않는 미역국을 데워 주었다.
난 나에 대한 기대가 무섭다.
무언갈 원하고, 바라고, 기대하고, 예상하고, 설레 하는 일.
그것이 무섭다.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인간으로 살아가는 동안
자신의 방식으로 상대를 사랑하고
최선을 다해 건넨 사랑에 행복을 느끼고 싶다.
내게 보낸 사랑보다
내가 보낸 그리고 보낼 사랑에 집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