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그냥 쓴다,

1

2016년 12월 12일 중앙대학교병원 7층에서

이백구십 2021. 3. 25. 11:39

중앙대학교병원 704호실 좌측 창가 침대에 갑상선 수술을 엄마가 누워계시다

생각 보다 빠르게 시간이 흘러 어릴 적 어머니가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이제는 내가 아픈 어머니 옆에서 어머니를 바라보고 있다

손과 발을 계속해서 움찔거리시고 잠에 쉽게 들지 못하는지 몸을 뒤척이신다

불같은 아버지와 함께하며 평생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 엄마는 우울증을 앓고 약을 드시고 있다

밝고 선했던 인상은 틱장애로 인해 계속해서 인상을 쓰다보니 좋지않은 주름이 늘어간다 

오늘 어머니는 병실에서 나가 옥수수를 사러 나가셨다가 길을 잃었다

대전에서 갑상선 진단 결과를 듣는 날도 엄마는 차에 시동을 끄는걸 잊으셨고,

주차한 장소를 잊어 한시간을 꼬박 차를 찾는데 썼다

엄마는 날짜와 시간 개념이 없어 지셔 계속해 오늘이 몇일인지를 묻고 퇴원 날짜를 당기시려한다

그리고 밤에는 새벽인가 하고 새벽엔 밤인가 하신다

어느 때는 식후 바로 먹는 약과 식후 30 후에 먹어야하는 약이 있는데 자꾸 대충 그냥 드시려하신다

어머니가 걱정이다

내가 계속 옆을 지키지 못해 걱정이다

'1'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나가는 슬픔  (0) 2021.03.25
서울의 창  (0) 2021.03.25
너를 옆에 두고픈 이유  (0) 2021.03.25
2016년 11월 29일 죽고싶었다.  (0) 2021.03.25
미래  (0) 2021.03.25